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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맨 리뷰 (시카고 액션, 인간병기, 액션의 공식)

prodom-log 2026. 7. 13. 00:57

목차


     

     

    워킹맨

     

     

     

    시카고 건설 현장에서 곡괭이 하나로 러시아 마피아를 압도하는 장면, 혹시 이미 보셨습니까? 제이슨 스타뎀의 신작 《워킹맨》은 첫 시퀀스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화면으로 직접 날려줍니다. 평소 스타뎀의 액션 영화라면 망설임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르는 저로서는, 이번 작품도 예상대로 러닝타임 내내 자리를 박차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봤습니다.

    시카고 현장이 전쟁터가 되기까지: 배경과 맥락

    이 영화의 중심에는 레본 케이드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영국 왕립 해병대(Royal Marines) 출신의 전직 특수요원으로, 전역 후 시카고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하고 있죠. 여기서 왕립 해병대란 영국 해군 소속 정예 특수전 부대로, 상륙 작전과 대테러 임무를 전담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엘리트 병력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레본이 현장에 난입한 불청객들을 두 손으로 제압하는 장면이 억지스럽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문제는 그런 레본에게도 쉽지 않은 상대가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장인 로스. 임무에 집착하다 딸을 잃었다고 믿는 로스는 레본에게서 손녀 매디슨의 양육권을 빼앗으려 법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제가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마피아 수십 명을 맨손으로 정리하는 인간병기가 법정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양육권 분쟁을 치른다는 아이러니가 오히려 캐릭터에 두께를 더해주더군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레본의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PTSD란 전투나 극단적 사건을 경험한 후 반복적인 플래시백과 과각성 상태가 지속되는 정신건강 장애를 말하며, 전투 참전 군인들 사이에서 특히 높은 유병률을 보입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대가로 돌아온 것이 이 진단뿐이라는 설정은, 화면 밖 현실과도 맞닿아 있어 불편하지만 외면하기 어려운 감정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미국 재향군인부(VA)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 군인의 약 11~20%가 PTSD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재향군인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되는 이유: 핵심 액션 분석

    《워킹맨》의 액션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저는 주저 없이 "임프로바이즈드 웨폰(Improvised Weapon) 액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임프로바이즈드 웨폰이란 본래 무기로 설계되지 않은 일상 도구를 전투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흉기로 전용하는 전투 기술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주변에 있는 거 다 무기로 쓴다"는 개념인데, 곡괭이를 기요틴처럼, 시멘트 자루를 투포환처럼 운용하는 레본의 장면들이 정확히 이 범주에 속합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눈에 띈 이 영화만의 액션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건설 현장: 곡괭이, 시멘트 자루, 샷건 — 생활 밀착형 타격 시퀀스
    • 클럽 추적 전: 은신과 정보 수집 후 바텐더 신문으로 이어지는 첩보 전술 구성
    • 쌍둥이 마피아 대결: 결박 상태에서도 망치를 활용한 반격 — 장르적 쾌감의 정점
    • 러시아 마피아 수장 저택 침투: 완전 은신 후 단독 제압이라는 고전적 스텔스 액션

    특히 쌍둥이와의 대결 장면은 제 경험상 스타뎀 필모그래피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히는 시퀀스였습니다. 두 손이 묶인 상태에서 도발과 심리전을 통해 반격의 타이밍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구성은, 단순한 근육 액션을 넘어 캐릭터의 전술적 사고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하드보일드(Hard-boiled)라는 장르 용어가 딱 맞는 순간입니다. 하드보일드란 감정을 절제하고 냉혹한 현실을 거침없이 묘사하는 스타일을 가리키며, 1930년대 미국 범죄 소설에서 시작해 오늘날 액션 영화의 중요한 문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레본의 PTSD 서사와 양육권 분쟁이라는 감정선이, 마피아와의 전면전이 본격화되는 2막 이후로는 거의 소환되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 내부 갈등이 클라이맥스와 맞물려 해소되었다면 카타르시스가 훨씬 두터웠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플롯 장치(Plot Device)로 소모된 느낌이랄까요. 플롯 장치란 서사 전개를 위한 수단으로만 기능하고 독립적인 해결 없이 사라지는 요소를 말하는데, 레본의 가정 문제가 정확히 그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뎀표 액션의 공식

    《워킹맨》을 보면서 제가 계속 머릿속에서 떠올린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이 공식은 앞으로도 통할까요?

    은퇴한 특수요원이 위기에 처한 인물을 구하기 위해 복귀한다는 내러티브 구조는 액션 장르에서 이미 수차례 반복된 클리셰(Cliché)입니다. 클리셰란 지나치게 자주 사용되어 신선함을 잃은 표현이나 설정을 의미하며, 이 설정만 놓고 보면 《워킹맨》은 클리셰의 교과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보니 이상하게도 그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관객이 이미 이 공식을 알고 있고, 레본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대략 예상하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결국 스타뎀 본인이 가진 신체성과 타격감에 있습니다. 영화 연구자들이 말하는 스타 페르소나(Star Persona) — 즉 특정 배우가 장르와 결합해 형성하는 고유한 이미지 자산 — 가 이 영화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셈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OTT 플랫폼에서 액션 장르 콘텐츠의 시청 완료율은 다른 장르 대비 평균 18%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 수치가 말해주듯, 액션 장르는 설령 서사의 신선함이 부족하더라도 몰입 자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가집니다. 《워킹맨》이 그 방증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서사의 완성도보다 순간순간의 타격감과 카타르시스를 우선하는 작품입니다. 만약 정교한 플롯을 기대하고 재생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뎀이 곡괭이를 든 순간부터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그 묵직한 진동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제이슨 스타뎀 액션이 처음인 분이라면 《워킹맨》은 입문작으로도 손색이 없고, 오랜 팬이라면 시그니처가 더 날카로워졌음을 확인하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티빙, 웨이브, 왓챠에서 지금 바로 볼 수 있으니, 아직 망설이고 있다면 재생 버튼을 누르는 데 1초도 더 걸릴 이유가 없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WOyRU87pAY